Renso가 소개 시켜준 트리나드의 카사는 집 뒤에 계사가 있어 아침에 우렁찬 쿠바 닭이 모닝콜로 깨워준다. 트리니나드의 카사는 작은 관광동네라 경쟁이 적어서 그런지 하룻밤 가격 40불로 더 비쌌다. 집 주인에게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니까 자신의 친구 집을 소개 시켜준다.
쿠바 사람들은 이런 면에서는 쿨하다. 이게 한국과는 참 다른 점인데. 쿠바 카사 주인들은 자신이 집이 맘에 안든다고 하면 바로 자기 이웃 집이나 친구 집을 소개 시켜준다. 덜 자본주의적이여서 그런 듯하다. 돈을 많이 벌려는 조급함이 없어보인다.(돈이 많아도 물건을 살데가 없고, 어짜피 휴가나 여행도 안가고, 교육이나 의료나 집은 국가에서 제공해주니....) 아직은 순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짜피 다들 친구이고 이웃이고 서로 상부 상조라서, 관광객이 싫다면 오케이다. 어떻해서든 관광객을 후려치라는 택시 기사들 빼고는 돈에 구에 받는 느낌을 쿠바 사람들에게 느껴 본적이 없다.
트리니다드는 동네 한바퀴 다 돌아도 삼십분이 안걸리는 조그마한 마을이라 저녁만 되면 갈 곳없는 모든 관광객이 모이는 광장이 한 군데 밖에 놀 곳이 없다. 딱히 유흥이 없는 동네에서 (동굴 클럽이 유명한데 음악이 유로 팝이라 그저 그렇다) 해가지면 관광객 동네 사람 가릴것 없이 모두가 쏟아져 나온다. 쿠바 음악이 울려퍼지고 흥을 돋구며 살사 판이 벌어진다. 몸치인 나는 광장 뒤에 계단에 앉아 달달한 모히토나 홀짝이고 있는데 왠 청년이 말을 걸어 온다.
빳빳한 면 셧츠를 다려입고 한껏 멋을 부린 왠 흑인 쿠바 남성이 내 이름을 묻는다. 로메오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나에게 살사 춤을 신청했다. 흐음........몸치라 두려운 춤도 춤이지만 모르는 남자와 어색해서 손도 잡에 본적 없는데 뭐 나는 여행자니까 why not?
나의 엉망 진창인 살사 스텝으로 발을 계속 밟아내는 나를 로메오는 굉장히 부담스런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 본다. 잔뜩 긴장한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걸 느꼈는지. 자기 이상한 사람 아니라며 걱정하지 말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리곤 나에게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엥 아 눼눼~~). 갑자기 너무 불편해 져서 한 곡이 끝난후 굿나잇 하고 쌩~~~~하고 카사로 돌아갔다. 다음 날.... 혼자 여행객이 나는 저녁에 심심해서 갈 곳을 찾다가 다시 모든 관광객이 모이는 마을 광장으로 갔는데.... 똭!! 로메오가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하아 사랑꾼 낫네 사랑꾼 낫어. 엄청난 부담감으로 얹히는 느낌
이미 마주쳤기 때문에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는 아들이 있는 이혼남이고 뜨개질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라고 했다. 세상에나 나를 위해 손 팔찌를 만들어 왔다. 그 꼼꼼하고 단정한 마무리 솜씨가 정말 맘에 뜨는 팔찌였다. 하아 상황은 정말 로맨틱 하구나. 꽃과 나를 위해 디자인한 팔지라니...... 게다가 백그라운드로는 아득한 계단 광장에 울려퍼지는 쿠바 음악 그리고 신명나는 살사 댄서들...... 요즘 같이 뻔뻔했음 다음 날 론리플레닛에 나오는 바다가가 보이는 동네 하이킹길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겠지만...... 당시는 처음 쿠바를 혼자 여행 중이라 기합이 잔뜩 들어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런데 사실......결정적인건...... 니가 내 스타일이 전혀 전혀 아니였던 것이였던 것이다. ㅠ.ㅠ 대머리에 짧고 단단한 스탈....... 먄먄먄미안~~~~ 근데 너님은 정말 안되겟음..... 상황은 완전 로맨틱한데 전혀 로맨틱하지 않고 사랑꾼이 무서워 지는 시츄에이션.....
트리니나드는 코딱지 만한 마을이다. 모든 골목은 마을 중앙 광장으로 통한다. 다음 날에도 로메오가 광장 길목에 똭 기다리고 있었음 ㅠ.ㅠ 하아.... 나 좀 놀자....... 좀 유들유들해진 지금 같았음 한 칼에 거절했을 텐데...... 나도 맘이 약해서 말을 못하겠더라. 오늘은 하얀책 뜨게질로 부엉이 장식 걸개를 만들어 왔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이쁜거다. 키치한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만한 뜨게 부엉이..... 근데 너는 안되겠어 엉엉엉 미안..... 난 외모 차별 주의자.
트리니나드에서 5일을 보내고, 비날레스를 거쳐 뉴욕으로 돌어온 후 몇 일이 지나서 로메오에게 장문의 이메일과 옆서가 왔다. 나를 만나 너무 설랬고 영원히 잊지 않을 거라고;;;;;;; 하아;;;;;;;; 나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왜????????? 고맙긴한데....... 나도 모르는 로맨스를 만들어 준 트리니나드...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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