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 산책의 추억
우연으로 흘러들어가 Renso와 Sary의 카사에서 첫 밤을 보내고 처음 하바나 아침을 맞이 했다. 아침 산책 겸 동네를 둘러보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전히 생경한 곳에 와있다라는 낯선 느낌이 훅 들어왔다. 알록 달록한 페이트가 벛겨진 낡은 콘크리트 건물들, 백인도 흑인도 아닌 인종인, 건물처럼 알록 달록한 패션의 쿠바인들,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는 바짝 마른 개들, 오물이 가득한 여기 저기 포장이 깨져있는 울퉁 불퉁하고 더러운 길. 양쪽으로 활짝 열려 있는 대문들 앞에 나와 수다떠는 동네 사람들, 사이로 쿵쾅 쿵쾅 들려오는 흥겨운 살사 리듬.
처음 뉴욕에 갔을 때도, 중국에서 지냈을 때도 당연히 다른 땅이니 낯선 느낌이 들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언젠가 봤을 듯한 그런 풍경이 였다면. 쿠바는 그 땅도, 사람도, 음악도, 냄새도, 색감도 그 무엇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였다.
공항에서 들어오는 바닥의 충격이 그대로 몸에 전해지는 너덜너덜한 낡은 디젤 택시에서 받은 첫인상이 숨을 쉴수 없는 매연이였다면, 하바나 거리에서 첫 인상은 가난이였다. 충격적일 정도로 생생하게 눈에 보이는 가난. 아프리카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내가 살아 온 한국 그리고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한 부유한 뉴욕과 비교해서는 말도 안되는 상태. 내가 태어나서 처음 느낀 빈곤함과 빈약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눈 앞에 펼쳐졌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한번도 자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쿠바라는 사회주의 국가에 가보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서비스와 시스템. 깨끗이 청소된 거리, 포장된 도로, 지붕이 있고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대중 교통, 언제나 아무때나 갈 수 있는 상품이 가득한 상점, 호텔의 룸서비스, 24시간 편의점, 인터넷 접속, 한 블록 건너 ATM 등등….이 당연하지 않은 수도 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하지만 편리하고 풍요로운 외부 사회에서 빈곤한 하바나 거리 풍경에 던져진 여행객이 이 나라가 가난해서 불쌍하다는 동정심이 들거나 더럽고 불편해서 짜증이 난다는 생각이 아닌 심장이 쿵쾅 쿵쾅 설레고 가난 조차도 눈이 휘둥그레 재미 있다고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쿠바 사람들 때문이다. 80년대 방영된 인기 아르헨티나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처럼 교복에 무릎까지 오는 양발을 곱게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지금은 사라졌지만 80년대 어릴 시절 동네 마다 두부사라고 외치며 리어카에 두부 장수 아저씨처럼 아침 빵을 팔러 돌아 다니는 쿠바노, 집 대문을 활짝 열고 거실에 틀어 놓은 쿠바 방송과 음악을 BGM 삼아 대문에 걸터 앉아 앞집 아줌마랑 수다떠는 동네 아줌마, 50년은 됐을 것 같은 낡은 매트리스를 길가에 펴놓고 쭈글쭈글한 스프링 사이에서 솜을 띃고 새롭운 솜을 채워 놓는 동네 청년들, 빨주노초파랑으로 칠해진 50-60년대 클레식 카들, 생기. 활력, 쾌활함, 명랑함. 즐거움이 쿠바 거리에 가득차 있다.
길가의 모든 사람들이 낯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하긴 그 동네 사람들이 혼자 걸어 다니는 동양 여자를 언제 봐겠냐. China! Linda! Japone? China? 동양 여자 발견하는게 뭔가 그날의 네잎 클로버 찾는 행운 찾기 놀이인지. 길가는 모든 사람이 남녀노소를 안가리고 China!라고 외쳤다. 내가 쿠바 celeb인줄… 울 할매보다 훨씬 나이든 할배의 윙크에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가 지나가다 다시 돌아와서 면전에 Linda!라도 외치고 가지 않나. 꼬맹이들인 단체로 hola! China! 합창하고 도망하고. 과도한 환영(?)에 몸둘바를 모르게 동양에서 온 관광객을 격하게 맞아주는 하바나의 첫 아침 산책에서 “아 쿠바에 오길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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