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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er

쿠바이야기 _ 하바나

 

왜 쿠바였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고향으로 떠난 추운 겨울 뉴욕에서 혼자 보내긴 싫었다. 나는 뉴욕에서 한 학기를 겨우 살아남은 상태였고,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는 12월 말에 방을 비워야될 수 있다고 해서 학교 근처 할렘 아파트들을 뒤지고 있던 불안한 상태였다.  

8월에 뉴욕으로 떠나 왔는데 아직은 한국에 돌아가기에 이른거 같고, 유럽은 뉴욕처럼 춥고 해가 빨리 진다 하고, 아시아에서 멀어서 한 번도 안 가본 남미 쪽을 여행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곳으로.

듣기에 쿠바가 안전하다고 했다. 스페인어는 한 마디도 못하고, 남미하면 치안이 불안하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렇다고 공부나 출장 준비하듯이 자료 조사 후 일정을 자세하게 짜는 출장같은 여행을 떠나기엔 귀찮았다. 쿠바가 안전하다고 하니 함 가보자. 그렇게 무작정 비행기 표를 산 것이였다.

당시는 미국과 수교 이전이라서 뉴욕에서 하바나로 들어가는 직항은 없었다. 직전에 비행기를 구매 하다보니 당연히 비쌌고 멕시코의 칸쿤을 통해 나는 8시간 만에 저녁 10시 쯤 하바나 공항에 도착했다.

돌아보면 무슨 깡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남미 사랑"같은 다음 카페의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숙박이나 교통나 여행 정보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무 귀찮더라. 그리고 쿠바에 다녀온 한국 사람도 별로 없어서 별 쓸모있는 정보도 없는 것도 사실.

쿠바계 미국애들한테 물어보니 쿠바는 싸고 안전하니 걱정말고 그냥 가라는 그 말만 믿고 난 준비 없이 큰 배낭하나 매고 하바나에 도착한 것이였다.

출국장을 나와 사람들한테 물어 환전을 하고 공항을 나오니 택시 기사들이 떼를 지어 있었다.

내 손에는 친구의 친구가 다녀왔다는 "카사(Air B&B 혹은 민박)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만 있었다. 이미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있었고 나는 한국과 수교도 안 되있는 낯선 땅에 혼자 있다.

본능적으로 날카로운 생존 본능이 확 살아났다. 날이선 눈빛으로 이 한 떼의 택시 기사들 중 누가 가장 안전할 지 쫙 스캔을 했다.

대부분은 국영 정부에서 운영하는 택시 기사 같았다. 유니폼이나 주변의 택시를 보니... 근데 탐탁지 않아....

그런데 저기 쪽 끝에 수줍 수줍한 왠 청년이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 사이에 끼지도 못하고 머뭇 머뭇 있는 것이다. (원래 shy한 쭈구리한테 잘 끌림.... ) 그래 오늘은 너닷!

대충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비가 20-25쿡이라고 들어서  명함을 보여주며 20 쿡에 여기에 데려다 달랬더니 영어도 못하는 그 청년 손짓으로 자길 따라오랜다. 환한 공항 건물 앞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어둑 어둑한 길을 걸어 그가 주차해놓은 검은색 클레식카.

말이 클레식이지 창문 없고, 배기 가스 처리 장치가 없는 너덜너덜한 차. 태어나서 그런 낡은 차는 처음 봤다. 하아.... 머리쓰다가 망했네 그냥 국영택시인 현대 아반테 택시 탈걸..... 너덜 너덜한 상태를 보고 이 차가 달리기나 할까 했는데 달리기는 한다.

엄청난 매연과 소음과 함께... 차 철판에 얇기도 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과 업소버도 없는 지 엉덩이로 하나바 길의 굴곡이 느껴 졌다.  영어가 안되는 운저사 청년이 뭐라 뭐라 스펜인어 영어 단어 그리고 바디 랭귀지를 섞어서 말을 거는데 소음 때문에 뭐라는지 모르겠다. 눈치를 보니 자기가 아는 카사에 있는데 그리로 가자고 하는거 같다.... 뭐 어디든 상관없다만.... 그래도 왠지 모르는 사람 따라가는 건 믿음직스럽지가 않아서. 그냥 친구의 친구가 준 명함을 가르키며 이리로 가자고 했다.

자기 친구네 카사가 좋다는 그의 대꾸를 못 알아 들은척 하며 지독한 매연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입과 코를 막았다. 처음 쿠바에서 느끼는 냄새가 지독한 거뭇 거뭇 매연이라니. 아 나 괜히 쿠바 온거 아냐. 무슨 나라 이렇게 가난한가? 배기가스 처리가 안된 차는 세상에 처음.

명함의 카사에 도착하니 이미 방은 없다 하고. 자정이 이미 다됐는데 무슨 선택이 있으랴.

 "Does your friend with a casa speak English?"라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뭐 어때..... 이번 여행은 "go with the flow"라고 작정하고 왔는데. 택시 기사가 데려다 준 카사는 하바나 비에하가 있는 센트럴 지역의 렌소와 사리의 카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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