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에 유학을 온 가장 큰 혜택은 10년이 젋어졌다는 거다! 어떻게 나이가 어려지냐고? 진짜 어려졌다.
미국인들은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한다. 피부 껍질이 얇은 데도 선크림도 안바르고 매년 여름 휴가에서 까무잡잡하게 태닝하는 것을 건강미의 기준으로 삼는 백인들은 나이에 비해 빨리 늙는다. 그리고 영어로 말할 때 facial expression도 크기 때문에 더욱이 주름도 빨리 진다.
피부가 백인에 비해서는 두툼하고 탄력있는 아시아 인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디게 드는거 같다. 원래 미국인들은 아시아 인 나이를 5-10살 정도 어리게 본다. 더욱이 조금만 살이 붙어도 엄마, 친구, 직장 동료, 피부 맛사지샵 원장님도 코멘트를 하는 Beauty-obsessed Korea 에서 온 한국 사람은 피부 관리나 몸매와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같은 아시아인인 중국 사람들 보다 비슷한 나이 대에도 훨씬 어려보인다.
나는 집안에 있어도 썬크림을 바르고, 길가에서 쐬이는 햇볕도 질색으로 피해 다니고 20대부터 맛사지 원장님께 조공해가며 피부 관리에 집착을 해서 또래에 비해 피부결이 좋은 편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때는 정장을 주로 입고, 표정도 피곤하고 일상에 찌들어 있어서 그런건지 제 나이로 보이긴 했는다. 그런데 유학 오고 나서는 학생이다 보니 캐주얼을 주로 입고, 일을 안하니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표정도 밝아 졌다. 신분도 학생이라고 하니 나를 20대로 보는 사람이 많아 졌다. 미국인들은 워낙 아시아인 나이를 잘 못 맞추니 그렇다 치더라고 한국 사람들이나 중국인들도 내 나이를 20대 후반, 많아 봤자 30살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쩌다 다시 20대가 되버렸다. ㅋㅋㅋ
또 학생이다 보니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대다수가 20대 이다. 한국 유학생도 대학원 학생은 23-27살이 많다. 한국에 있었다면 만날 기회가 없는 20대 초중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세대에 따라서 문화와 생각이 다른 것도 느끼고 많이 배우고 있다. 왜 중년 남자들이 젊은 여자애들 만나려고 기를 쓰는지 알겠단 심정이랄까? 생각이 쌍콤해, 밝아, 긍정적이야, 아직 세상 물정에 찌들지 않아서 순수하고 덜 복잡해 만나면 기분이 좋아짐~~
뉴욕에서 많난 20대 중반의 한국 유학생들을 보면, 뉴욕까지 올 수 있을 만큼 자기 스펙 관리를 잘하는 부지런한 친구들이 많다. 한국 밖으로 나와서 뉴욕이란 빡센 도시에 도전할 만큼 독립성과 자기 발전에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다. 젊고 긍정적이고 헤맑은 기운이 가득한 나보다 10살은 어린 건강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나도 젊은 기운에 전염되는 듯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 요즘 젊은 사람들 패기도 없고 어려운 일 참을 줄도 모른다고 하는데 어려운 뉴욕 살이에 저마다 자기의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깨져보기도 하는 20대 청년들의 하루 하루를 지켜보면 요즘 애들 사랑 많이 받고, 바르고 건강하게 참 잘 자랐단 생각이 든다. (하하 이러니 진짜 나이 많은 이모님 같이 애들 평가 하네)
한국 유학생 말고도, 미국과 인터네셔널 친구들 친구들도 모두 20대라서 이들과 몰려다니면서 놀다보면 나도 같이 20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정말 새벽 12시에 시작하는 브루클린 클럽은 친구들이 끌고 가지 않으면 갈 일이 전혀 없을 거다. 20대 중반 학생이다 보니 애들이 돈도 없고, 아직 경험이 적어서 아직은 취향이나 경험이 다양하지 않다. 한국에서 돈 께나 써보고 놀아본(?) 30대의 나의 취향과 남자 경험이 애들한테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도움이 됐다. 세상 어느 나라나 20대의 고민은 진로와 연애라서, been there done that을 거쳐온 나로썬 귀엽기도 하고. 툭툭 던지는 내 경험담과 남자와 일에 대한 조언이 미국 사람과는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어 이 또한 신선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뭐 미국 학교 친구 그룹에서도 "이모님" 처럼 잔소리하고 훈계하는 지루한 역활을 할까봐 말 조심을 하고 있지만 20대 international 친구들 사이에서 나도 그들의 경험과 관점을 배우고 생각이 기정세대 처럼 굳지 않고 말랑 말랑하고 가볍 가볍하려 노력 중이다.
서울에서 나의 20대는 나름 치열했던지만 가볍고 경쾌하지 못했다. 무겁고 너무 심각했다. 세상 스트레스 혼자 받는 양 진지충처럼 보내서 왜 상큼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는 지 후회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를 어떻게 쓸지 몰라 온갖 쭈구리 짓을 다했댜. 기회가 주어진데도 다시 돌아 가고 싶지 않을 만큼 20대를 즐기지 못했던거 같다. 지금 예전 사진을 보면 참 어리고 이뻤는데 그땐 이쁜지 몰랐지... 운이 좋게도 일도 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가 다시 뉴욕으로 유학을 와 서울에서도 안 가보던 클럽도 가보고, 바닷가에 누워 예전이면 질색했던 태닝도 해보고, 결혼 고민 없이 이 남자 저 남자도 만나 가벼운 데이트도 해보고 있다. 나의 게으름과 바보 같은 실수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고, 다른 생각과 문화에 대해서 관찰하고 수용하려고 해보고... 다시 20대 처럼 말랑 말랑한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에는 30대 중반에 다시 진로 고민하고, 풍족하고 많은게 익숙하고 편리하던 서울을 떠나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빡세고 안친절한 이 도시에서 나는 무엇을 하려고 왔는가..... 나는 왜 20대가 아니라 30대에 유학을 왔을까? 남들은 이미 자기만의 길로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다시 원점에서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선택을 한걸까?....라는 soul searching 때문에 방황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돌아보면 정해진 편리함 보다는 불확실한 재미를 찾는게 진정으로 나답다는 그래서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했다는 자기 이해가 되더라. 그래서 길이 보이지 않아 암담한 나의 상황에 스트레스 받는 때마다 나에게 되물었던 질문. 나는 왜 떠나왔는가?....를 아무리 복기해봐도 유학에 대한 후회은 없다.
어째든 결론은 나는 뉴욕에서 28살이 되었다. ㅋㅋ (30대 중반 유학 개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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