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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Life

뉴욕에서 집 구하기 Part III

처음 뉴욕에 오자 마자 집 때문에 영혼이 탈탈 털리고 그 후 이야기.....



일주일 뒤 나는 그 건물 경비실을 찾아가야 했다. 처음 오자마자 은행 구좌를 계설했는데, 통장 체크 카드가 나오는데 10일 정도 걸렸다. 배송지를 내가 집을 정하자 마자 그 집으로 등록해놨기 때문에 현금 카드를 받으로 찾아가야 했다. 그 집은 경비원이 항시 상주해 택배도 받아주고 안전하며, 가구까지 다 갖춰 있고 심지어 housekeeper가 매주 한번 bed sheet도 갈아주고 vacuum 으로 방 바닥 청소와 방 정리를 해주는 serviced residence 건물이라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은 집이였다.

들어가려면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고 매일 가서 30년 동안 그 건물을 관리했다던 흑인 할아버지한테 읍소를 해야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서 들어갈 수 있는 초 인기 건물이였다. 근데 그 할아버지가 (나중에 알고보니 좋은 아저씨였지만) 처음엔 엄청 냉정하다. 무조건 방없다고 말도 못붙이게 하고 학생들을 냉정하게 돌려보낸다. 그 건물에 온갖 엄격한 규칙도 다 그 할아버지가 만든 것. 나도 처음에 쫒겨나고 다음 날부터 입주 문의를 하려고 몇 번을 찾아가도 아예 그 관리인이 사무실 안에 있어도 경비 아저씨를 통해 만날 시간 없다고 자꾸 면담을 거절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방도 구했겠다. 6개월은 그 집에 살기로 결정했겠다. 그냥 포기했다.  이후 일주 일 있다가 체크카드를 찾으로 가는 그날. 내 학생증을 보여주고 은행에서 온 우편물을 습득하려고 하자. 마침 경비 사무실에 있던 그 찬바람 쌩쌩 불던 관리인 할배가 나보고...

"DO you have a room in New York?"

WHAT!!!! OMG!!!!

"Yes But I have not made any commitment to the current landlord  (사실 6개월 약정.. 그러나 학교에서 가깝고 맨하탄인데다가 시세보다 저렴한테 뭐 어떰... 이미 눈이 뒤집힘) Can I get in now?"

"You know what! It is very difficult to get in this house. But I always leave one room empty in case for an emergency. wannt come in next week?"

어머나 세상에 하나님 아부지 이게 왠 떡이야... 하나님이 나 유학 가라고 유학생활 걱정 없이 하라고 주신 기회인가? 나는 차가운 밤 9시에 경비아저씨한테 무참하게 쫒겨난 그 건물에 딱 3주 뒤에 다시 들어가게 됐다. 내가 처음 본 방보다 훨씬 크고 넓고 심지어 창 문도 두 벽에 다 있었으며 화장실도 혼자쓰는 방에 들어갔다. 이사 4번 만에 뉴욕에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관리인 할아버지는 내 방을 한 학기만 빌려줄 수 밖에 없다고 12월 말에 나가라고 못을 박으셨다.  이유는 그 방이 원래 어떤 재단에서 학생에세 세를 주려고 건물의 한 블록을 통채로 임대 했는데, 자기 재량으로 이번 학기에만 비워 놓은거니 12월 말에 학기가 끝나면 나가야 된다고 했다. 뭐 한 학기라도 어디야... 항상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 어찌 돼겠지. 

하지만 12월 말이 닥쳐서 막상 다시 이사를 가려고 하니 budget에 맞춰 눈에 차는 집도 없고 고민이 많아 졌다. 이 엄동 설한에 나는 또 어디로 떠돌아 되는 건가.... 12 30일까지 걱정하지 말고 한 학기 더 살 수 있도록 자기가 landlord와 상의해 볼테니 기다려 보라는 관리인 아저씨의 희망적인 말에, 계속 딴 방을 계약하는 것도 미루고 불안하게 기다렸다. 똥줄이 타고 있는데 관리인 할배가 12 31일에 이사 안가도 된다고 (Thanks God!!!)

1월에 쿠바 여행을 다녀와서 한 학기 더 임시로 살게 배려해주신 관리인이 고마워서 쿠바산 시가와 Havana Club 17년 산을 사다 드렸더니 크게 좋아하시더라. 할배가 도미니크 리퍼블릭 출신 흑인인데 본인이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뉴욕에 정착한 이야기도 들려 주시고, 매일 칼 떨어지는 핏이 죽이는 tailor made임이 분명한 양복에, 고급스러운 넥타이에, 커프스에 정장 모자까지 갖추신 한 신사 패션 하시는 멋쟁이이신데.. 나도 한 옷 욕심 하는지라 패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보통 그 건물은 학생들이 많아서 아무렇게나 입고 다는 애들이 많은데, 나는 뉴욕에 들고온 짐의 90프로가 옷과 신발인 지라. 아저씨가 나의 단정한 패션을 좋아해서 서로의 패션 감각을 칭찬하고 좀 친해지게 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격하고 쌀쌀 맞은 첫 인상과 다르게 엄청 맘이 따뜻한 분이였다. 들어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들어 온 입주자들한테 친절하셨다. 자신은 부동산 업체를 하면서 이 건물 관리만 30년을 했는데 이 동네 터주대감으로 모르는 사람없고, 캐나다와 뉴욕에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도 하시고... 아무튼 패션 감각이나, 사람들 대하는 태도를 보면 보통 멋쟁이가 아닌 흑인 할아버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가 내가 임시가 아닌 계속 머물 수 있는 방이 났다고, 다른 층으로 이사를 하라고 하셨는데 방이 세 개가 있으니 보고 맘에 드는 방으로 골라 가라고 했다. 당시 나는 아파트 한 유닛에서 화장실을 딸린 방을 쓰고 부엌은 두 명의 다른 한국 학생과 공유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우리 3명이 한 학기 더 연장해서 머물고 있던 아파트를 비워줘야 해서 다른 층의 스튜디오로 각자 이사를 가야 했다. 관리인 아저씨가 자기가 여기에 관리하면서 입주자에게 한번도 방 선택권을 준적이 없는데 너한테 특별하게 보여준다 하면서 방 3개를 보여주시는 거다. (음핫핫, 선물 공세와 로비의 힘이란 ㅋㅋㅋ) 결국 가장 view가 좋은 11층으로 올라가게 됐다. (그동안 아재 상대 하면서 매일 패션 감각 칭찬도 해드려, 아침 등교 길에 인사 하면서 말동무도 해드려... 아재랑 친해 지려고 회사당기면서 연마한 부장님들용 비위 맞춰드리기 화술 덕을 좀 봤다. 왜냐면 미국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누군들 외로운데 미국 애들은 경로사상이 없으니까)

 나중에 보니 내가 처음 들어가려다가 무참히 쫒겨난 방이 예를 들어1108호면 내 방은 1101호 바로 같은 층 옆에 옆에 앞 방이였던 거다. 소름.... 인생은 돌아 돌아... 내가 들어갈 인연인 건물이여서 그랬던 건지.. 결국 그 층으로 돌아갔다. 근데 그 xx한테 더 빡친게... 방은 훨씬 넓고 안에 부엌까지 있는 스튜디오인데, 현재 내 방 월세보다 그 개념없는 xx가  100불이나 더 부른 것이였다. 즉 그 xx는 자기가 내는 월세보다 (내방 월세보다 절대적으로 저렴할게 분명한데) 나한테 서블릿을 주면서 더 월세를 올려 부른 것이였다. (이 천하의 개념없는 xx 내가 분명히 찾아내서 그 따위로 살지말라고 꼭 말해 줄꺼다.... 아직도 분함이 풀리지 않음 부들부들....) 

방학 때 한국에서 나와서 면세점에서 에르메스 넥타이를 사다드렸드니, 원래 친절하던 눈빛이 이제는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뀌시더라. 하긴 미국 애들이 에르메스 따지겠냐. 동양인이나...... 할배가 흑인이시라, 밝은 회색 양복을 좋아하시고, 분홍, 보라, 하늘색 밝은 넥타이를 번갈아 매시길래 몇달 좋아하는 색깔과 무늬를 관찰하고 취향 저격으로 넥타일 사다드렸더니 담부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시더라 (선물의 힘이란ㅋㅋㅋㅋ)

지금도 가끔 경비 사무실에서 온갖 냉대를 당하는 입주 희망자들을 본다. 아는 일본인 친구도 두 달을 찾아 갔는데 계속 방없다고 거절 당했다더라 (사실 내 옆방 한 학기째 비어 있었는데!) 30년 동안 건물을 관리하시고 시무실도 월- 12-1시까지만 앉아 계서서 만나는 것 조차도 어렵다. 다른 관리 직원들도 다 눈치보는 한 성격하시는 할배다. 그런데 왜 내가 찾아간 그날 나에게 방 필요하냐고 물어 보셨던 걸까?

생활하는 공간의 질이 일상의 질을 좌우하는 상태에서, 저 멀리 엠파이어 빌딩의 야경과 허드슨 강이 보이는 내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내가 머무는 공간도 다 인연되서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나는. 학교 근처에 전망도 좋고 살기 편한 심지어 일주일에 한번 방청도 해주는 방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들어올 수 있는 건 하늘이 나 편안하게 유학하라고 도와준거라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맘으로 하늘이 준 장학금이라고 생각한다.

 

P.S. 관리인 할배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 아줌마랑 재혼했는데... 우리 건물에 동양인 특히 한국 여자들이 엄청 사는거 보니 할배의 동양인 호감에 힘 입어 들어오게 됐을지도... 뭐 어쨋건 결론은 내 미모와 매력 탓으로 확신한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