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뉴욕에서 석사 유학을 하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1년이 넘어가니 느껴지는게 정리가 돼더라. 아마 내년 이맘 때 졸업할때 쯤이면 다른 관점이 더해질 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는 직장 생활을 상당히 하다가 내 돈 모아서 유학을 간 경우이고 공부하는 분야는 문과로 별 실용적인 분야는 아니다. 내 유학 경험은 30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미국 석사 유학을 준비하거나 궁금해 하는 audience를 target으로 하므로, 학부나 박사 유학이나, 미국 외 다른 나라 유학, 분야가 공대나 MBA나 Law or Medical school같은 전문 대학 혹은 예술 대학을 준비하는 분들은 나의 경험이 도움이 안될 수도 있으니 미리 참고하시길....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꼭 고려해 볼 3가지
1. 돈
유학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가장 중요한 유학 요소는 돈이다. 물론 공대나 자연 계열의 경우 장학금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석사 과정은 학위 장사 처럼 돈벌려고 운영하는 경우가 파다하다.(놀랍게도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대 놓고 말한다. 석사는 학위 장사라고. 학부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좋은 학생이 이미 많이 들어왔고 자라나는 꿈나무니 장학금 듬뿍 주고, 박사는 학자로 키울꺼니 특별히 선발해서 장학금 주고)
만약 직장 생활을 하다가 관련 분야에서 career change나 advancement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서 석사만 하고 싶다면 (학자나 연구자로 뜻이 있어서 석박 통합이나 박사를 염두에 둔 사람은 제외) 2년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전에 못살던 70-80년대 미국에서 친미파 엘리트 키운다고 다양한 장학금으로 한국 유학생을 많이 뽑았던 공통의 기억이 있어서 유학생 하면 장학금이나 TA를 하면서 유학 자금을 도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분명하게 말하자면 교내 endowment나 외부 펀드는 주로 학부와 박사 과정에 집중되어 주어진다.
Teaching assistant나 course assistant job도 거의 박사 학생에게 열려 있다. F-1 비자인 international student는 법적으로 on-campus job만 주 20 시간 할 수 있는데, 시간 당 최저임금인 $12달러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주$240불 밖에 안된다. 생활비도 빠듯할 정도이다. 그리고 석사 과정의 많은 미국 학생들은 government tuition loan으로 학자금을 충족하는데, 대부분 on-campus job은 work-study program 라고 그들이 일하면서 학자금을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미국 학생들 한테만 열려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그나마 외국인 학생은 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연방 정부가 학생 일자리 임금을 지원해줌. 그래서 학교도 자기 예산이 부족하니 on campus job 공고를 낼때 정부 보조금이 주어지는 work study로만, 즉 미국 학생으로만 인력을 충원함)
두번째 CPT를 이용해 학교의 credit을 등록하고 외부에서 인턴 자리를 구해서 일할 수 있지만... 이도 뉴욕이나 샌프란 같은 대도시에서나 많을까.. 그리고 외국인은 미국인 보다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다 막 미국으로 건너온 유학생은 영어도 서투르고, 미국 문화와 생활에도 적응해야 하고, 미국의 수업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서 이에 적응해야 하고 또 친구도 사귀고 추후에 job opportunity까지 생각한다면 적당한 시간과 돈을 networking에 투자해야 한다. 공부하고 친구 사귈 시간도 부족한데, 유학 자금이 해결안되서 돈에 쪼들리거나 아님 일을 해야 한다면 유학 생활의 질이 떨어진다.
결론: 장학금을 받기도 어렵고 공부하면서 일하면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하는 것은 어렵다. 학비와 생활비 등 유학 자금은 최소한 1년 반 이상은 버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유학은 공부하러 온것이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최소한의 대비는 돼 있어야 한다.
유학이 꿈인데 돈걱정이 된다면 공무원이 되기를 권고한다. 5급 공무원이나 7급 중앙 부처 공무원은 국비 유학 기회가 있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혹은 금감원이나 한전같은 공기업이나 학교 선생님도 유학하면 장학금은 안주는 대신 휴직해도 월급은 나온다. (뭐 보내준 만큼 그 직장에서 5년 의무로 일해야 하지만) 그 돈으로 유학자금 하면됨. 아님 풀브라이트 장학이나 삼성 장학금 및 한국 재단들에서 주는 장학금을 알아보면 됨 (그러나 이럴려면 학부 성적이나 GRE 거의 만점, 연구 리포트도 장난 아니여야 하긴 함).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실용성 없는 문과의 케이스를 말하는 거고 이공계와 예술계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2. 영어
너무 당연하지만 영어를 잘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제일 문제가 되는 것도 영어다. 요즘 유학 트랜드를 보면 예전같이 한국에서 일하다 유학오는 사람보다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나 학부를 나오고 다시 대학원에 유학오는 20대 중반 친구들이 대다수이다. 그래서 이전보다 한국인들이 중국인이나 일본인 대비 대화나 수업을 따라가는데 영어에 문제는 별로 없다. 그래도 인도나 중동 (영국 학교에서 교육받은 부자들) 혹은 남미 친구들 대비 아시아 인의 영어는 덜 미국적이다. 사용하는 어휘는 educated English 일수 있으나 덜 colloquial하고 문화적으로 좀 어색하다.
예를 들어서, 수업에서는 영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영어에 자신감이 있더라고 한국식 수업에 익숙해져 있으면 수업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식 대학원 수업은 교수가 거의 가르치는 게 없다. 주요 이론이나 쟁점은 미리 공지한 reading assignment로 숙지하고 수업에 들어가야 하고 (여기에서 빠르게 읽는 reading 실력이 매우 중요), 수업 시간은 주로 학생 간 debate로 사용된다. 아시아계 특히 한국 학생은 수업이라 하면 교수님이 설명하고, 잘 받아 적고, 잘외워서 시험을 잘 보면된다. 그런데 미국 대학원 수업에서는 니가 무슨 knowledge를 아느냐 보다는 어떤 view나 interepretation을 가지고 있냐를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즉 영어를 사용해 debate에서 나의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데... 나도 영어를 매일 쓰는 직업이였고 거의 미국인 독일인과 일했지만 미국 수업에 적응되는데 1년이 걸렸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만 학교를 다닌 학생은 자기의 의견을 수업 시간에 이야기 하는 훈련이 안됐기 때문이다. 처음 수업에 들어갔는데 난 의견이 없는데 내 의견을 자꾸 물어보더라 (내가 조용히 듣고만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 직장인은 남이 이야기 하면 주류 의견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내가 안전하게 뭔 이야기를 해야되는지 파악할때 까지 관찰하지 않나)
미국 팀에서는 disengaging하는 꼴을 못본다. 난 가만히 있고 싶은데 계속 내 의견을 물어보고 (난 의견 없다고!!) 애들이 뭔 이야기를 길게 하는데 그냥 걔네들도 지가 뭔 이야기 하는지 모르고 씨부리는 거다 (난 이것도 모르고 첨에 하나라도 놓칠까봐 초집중... 논리 없이 그냥 중얼거리는게 대다수..나중엔 나도 남 이야기 안듣고 그냥 내 의견만 개진해서 교수한테 점수따는 요령이 생김)
영어를 업으로 삼았던 나도 가장 괴로웠던것은 "나대기"를 못한다는 점이였다. 미국 수업 시간에서 제일 나대는 애들은 인도애들이랑 유태인. 한국인들한테는 매우 agressive하게 느껴지게 수업 발언을 거의 독점한다. 그들에게는 영어가 모국어이기도 하지만 argument가 그들 문화의 일부이다. 그들이 나대기 시작하면 한국인인 나는 끼어들 틈도 없다. 심지어 미국 백인도 나댈 틈이 없을 정도. 그리고 흑인... 대학원까지 온 흑인은 굉장히 똑똑하다. 여기서 똑똑하다는 의미는 본인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려 한단 말이다. 똑똑하고 많은 것을 성취한 흑인 학생들은 많은 경우 피해의식이 강해서 진짜 쎄다. 유태인의 나댐과 비교가 안되게 competitive하고 자신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런 다 인종의 미국식 교육 방식으로 성장한 다양한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창의성, 자기 의견 따위는 버리고 상사가 시키는 일만 반복해온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다 온 유학생은 수업에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 미국식 학습 환경에 노출되면 기가 쭉빠지고 후들된다. 여기서 영어까지 문제가 된다면 더더욱 자신감이 없고 수업에 적응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영어는 유학 오기 전에 꼭 완전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친구를 사귀고 미국에서 기회를 얻는데도 수준 높은 educated English가 꼭 필요하다. 석사 대학원은 이미 성인들이거나 part time으로 일하면서 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친구를 만들기가 시간 많고 모두가 어린 학부보다 어렵다. 미국 애들도 학비 대느라 본인도 먹고 살기 바쁘고 이미 본인 친구들도 많아서 international student들한테 관심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아마 나는 매력적인 동양 여자인데 미국 남자 만나서 데이트하고 그의 친구들과 놀면 되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현실에서 내가 원하는 시점에 내가 원하는 남자가 서울에서도 나타나기 어려운데 유학지에 물도 설고 낯선 이방인이 내가 그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장미빛 환상이다.
물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영어를 잘해야 하지만 친구를 사귈때도 영어를 잘해야 한다.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인간인가를 뽑내는 방법은 말을 잘 해야한다. 한국에서만 영어를 배운 경우 비즈니스 영어는 잘하는데 농담 따먹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혹은 술집에서 맥주 한병 듣고 가라오케에서 미국 노래 따라하는게 대부분의 파티인 미국의 경우 미국 문화도 이해해야지, 농담도 잘 알아듣고 잘 던져야지, 킴 카다시안부터 트럼프까지 미국 애들 수다 내용도 잘 따라가야 fun friend가 된다. 그래야 계속 파티나 놀러당길때 껴준다.
나는 그래도 미국인들과 오랫동안 알해서 그들이 얼마나 놀때 silly joke나 병신같은 짓을 좋아하는지 대충 익숙해 있었고. 나이가 많아서 유학간 대신 연애 경험이 많아서 인지 남자 이야기 (주로 야한 이야기 ㅋㅋ)를 짖거려놨더니 나는 한국에서 온 사만사라는 소문이 ㅋㅋㅋ 그래서 좀 학교 친구들 놀때 좀 껴준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는 뻔한 농담. (내 남자친구는 예수님인가봐 누군가는 봤다는데 나는 아직 못봤어 아직 안태어났나봐)이런 말에도 첨들어보는 스탈의 농담인지 뽱뽱 터지더라. 나는 클럽 파티도 소규모 주말 여행에도 초대받긴 하는데 중국이나 일본에서 막 온 친구들은 잘 안껴주더라... 그들도 자국 애들하고만 어울리고.
세번째 미국 대학원 수업은 시험이 아닌 대부분 paper로 성적을 매긴다. writing이 안되면 내가 한국에서 아무리 똑똑해도 증명할 길이 없다.
결론: 유학와서 영어 느는거 아님. 영어 활용이 느는 거지 영어는 오기 전에 이미 잘하고 있어야한다. 유학을 통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100을 얻어간다고 할때 영어를 못하면 똑같은 돈 시간 투자하고, 친구, 일자리 기회, 네트워킹 등 내가 얻어가는 것은 적다. 매력은 attitude에서 나오는데 영어 실력이 떨어지면 자신감도 없고 매력을 뽐낼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3. 체력
동양인 여자로서 당연히 미국 친구들보다, (대부분은 나보다 어린) 체력이 약한건 사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체력은 심리적 체력이다. 유학이라는 돈들고 시간드는 엄청난 투자를 결정할 때는 다 나은 미래를 위해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위에 언급한 돈과 영어는 다들 예상하겠지만 유학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심리적 체력이다. 독립성과 유연함. 쉽게 지치지 않고 외로움을 잘참고 남한테 기대지 않고 온전히 내가 해결하겠다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다들 그렇게 결심하고 오겠지만 낯선 땅에서 낯선 문화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생활하다 보면 유혹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고 상처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한 선택이 맞나 좋은 직업을 얻으므로써 투자비를 뽑을 수 있나. 결혼은 연애는...계산이 복잡하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돈은 계속 쓰고 있고 그렇다고 내가 미국에 자리 잡으라는 보장도 없고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하나 남으면 비자 문제는.. 나는 한국에 살건가 미국에 살건가. 미국 남자 만나면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야하나. 그런 현실적 고민에 생활하면서 가족과 친구가 그립고... 예전에 직장다니면서 내가 돈 버니까 쇼핑도 여행도 자유롭게 했는데.. 이제는 돈에 쪼들리고.. 부모님한텐 미안하고.. 30대 유학 오면 생각이 진짜 많다. 친구들은 다들 결혼해서 애 낳고 착실하게 사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나...
아무리 미국 생활이 생경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하더라고 나는 한국 사람이라 산해 진미 먹고는 신라면으로 입가심해야되고, 맥주 먹음서 무한 도전 보는게 젤 잼나는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루에도 수십번 맘이 왔다 갔다 한다.
매력적인 언니들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뭐 한인타워 술집에서 알바하면 하루 팁이 400불이라고 하고, 처음에 와서 한국처럼 아무 생각없이 데이트하다가도 정신이 너덜너덜 해졌다. 낯선 도시에 문화에 친구 가족 없이 생활을 시작해야 할때 약하고 불안한 마음에 남자에게 기대려는 맘이 크다.
그러다가 한국 같았음 안하던 의존도 하게 되고 무매력 뿜뿜 일수 있다. 유학 오자마자 멋진 미국인을 만난 많은 무용담이 있는데,,,, 어느 곳이나 생활이되면 좋은 인연 만날 확율은 비슷비슷 낮다. 한국에 있다면 친구가 날 단도리해주거나, 부모님 눈치를 보거나 아님 연애에 문제가 생겨도 친국들이랑 수다 떨면서 푸는데.. 유학 생활에서는 심지어 말통하는 또래의 한국인 여자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다. (그건 내가 30대에 유학을 왔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하는 분야에 한국인이 별로 없어서)
결론: 따라서 insecure 하고 vulnerable하다는 상태에 대해서 항상 자각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 또한 자기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건강함과 체력이 필수이다. (말로는 다짐해도 정말 왔다 갔다 하는게 유학 생활이다.)
다시 한번 이 글은 나의 경험에 국한됐으며 다른 유학생의 경우는 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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