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나는 한국인(미국 교포 말고 한국 국적의 경우)인의 경우 모르는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두 가지 경우인 것 같다.
1.한국 말로 말을 걸거나 혹은 영어로 말을 건 후 한국인임이 확인되면 한국어로 전환하거나
Or
2. 처음부터 주구장창 영어만 쓰던가.
난 영어로 먹고 살던 사람이고 일도 주로 외국인이랑 했으며 뉴욕에 살고 있지만 난 한국 사람이다.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 decorum이라 불리는 사회적 예의범절도 완전 한국 사람이다. 30년 넘게 한국에서 교육받고 일하고 한국에서 살았으니 미국 생활을 몇 년했다해서 미국인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이 분명한데도 단둘이 있는데도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나 코드도 영어로 셋팅하려고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인정한다. 나는 꼰대다.
불쑥 내가 나이 대접을 바라는 기성 세대가 되어버렸단 자각이 든 사건이 있었다. 학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십대 초반 여자애가 있는데 내가 늦게 들어와 일을 배워야했다. 하지만 뻔히 한국 애인지 아는데도 인사도 안하고 단도 직입적으로 일만 가르치는데. 솔.직.히. 빠직... 짜증이 났다. 이게 지금 나랑 기싸움을 하나. 언니 대접 싫단 건가? 차라리 미국애면 How are you 같은 캐주얼한 인사라도 하는게 이 동네 에티켓 아닌가?
예전엔 일만 안하고 온갖 선후배 관계를 앞세워 군기잡으려는 선배를 극혐했던 나였는데.... 지가 나이만 많으면 다야? 이래서 한국은 문제야 쯧쯧. 종특이라니까....이랬던 나인데. 시간이 지나 한참 선배 대접을 받을 나이가 지나니 먼저 인사도 안하는 후배가 아니꼬아지는 벤뎅이 소갈딱지의 권위주의가 스물 스물 올라 온다. 뭐 한국인 종특에서 나도 예외겠냐....
20대 초반의 외국에서 학교 다니거나 아님 국제 학교 다녔던 여자애들 중에 기죽기 싫어서 영어로만 계속 말하는 여자애들의 맘은 이해는 한다. 뭐 한국어로 하게 되면 존대말로 나가야하고 괜히 알리기 싫은 호구 조사 당해야 하고...기 싸움에서 지기 싫다는 마음. 이렇게 꼬아 보는 나 또한 기 싸움에선 밀리기 싫고 서열은 확실히 하고픈 권위적인 성격이다. 나도 한국인 니도 한국인인데 왜 미국 사람처럼 행동 하려고 하는지. 차라리 미국 사람 처럼 행동하면 더 친절하지 않나. Good morning! how's been? How's your weekend? 미국식 small talk나 안부인사처럼 앗싸리 casual한 미국인처럼 하던지. 이도 저도 아닌 태도는 뭐심?
뉴욕에서 한국 사람 만났을때 처음 듣는 질문(aka 호구 조사 or 수준 첵)은
1. 몇 살이냐? (나보다 어리냐 많냐)
2. 학교 어디 나왔냐? (니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봐야겠다)
3. 어디사냐? (몇 가 사는거 보니 월세는 얼마 나오겠구나) 혹은 한국에서 어디 살았냐 혹은 고향이 어디냐?
나도 싫어하는 한국인의 호구 조사지만 나도 한국인인지라 호구 조사를 통해 나와의 사회적 관계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찾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건 인정한다. 관계나 서열에서 나와 상대의 관계를 파악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시작하는 건 학연 지연 혈연관계부타 파악하는게 문화적으로 학습된 한국인의 습관인 것..... 나도 그 습관이 익숙한 걸 어쩌겠음?!?!
암튼 학교 사무실의 후배 여자애의 경우로 돌아가서, 처음 일로 만났고 같은 사무실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도 안하고 단 둘이 있는데도 영어로만 업무로 이래나 저래라 하는데 빠직.......하고 짜증이 올라오는 거다. 속으론 이런 싸가지란 말이 스믈 스믈 올라왔다. 예의 상 인사는 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나? 나도 니에 대한 관심은 없거든. 근데 아가야 인사는 하자 응?!?
그렇다. 나는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 (제대로!!!). 학교에서 만난 미국에서 공부하고 나고 자란 애들도 언니하고 먼저 다가오는데. 중국에서 국제학교 나왔다는 나보다 적어도 열살은 어려보이는 이 아이는 왜 따위냐 이 빡이 치는거다. 이건 뉴욕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간의 사회적 예외라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그 순간 씁슬.
내가 드뎌 꼰대 랭크에 들어가는 구나 ㅋㅋ 그런 나이가......또르르. 인사 안하는 어린애 보면 혼자 속으로 노여워지고 마는 거지.
뭐 그렇다고 내가 "얘 너 이름은 뭐니?"라고 꼬나보면서 군기를 잡는 건 노노.... 구리다. 뭐 아 얘하곤 인연은 없겠다며 나도 적당히 예의 바르게 행동할 뿐.
나도 뉴욕와서 한국인이 그리우면서도 제일 얼굴 붉힐 일이 많았던 것도 한국인이고, 같은 경험을 공유해서인지 처음 만나는 한국인에게 마음을 안트고 경계하는 유학생이 많은 것도 이해는 한다. 글치만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대만 학생회도 잘되고 말레이시아도 잘되는데. 학교에서 보면 한국 학생회는 모이기도 어렵고 말도 많다.
나도 그런 깨알같이 잘 안 뭉치는 one of them이기도 하고. 암튼 나이 대접 안해주는 아이 때매 울컥한..... 아줌마 여기 꼰대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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