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장벽을 꼽으라면 영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영어가 아니다. 문화가 그리고 미국식 사고 방식이 문제다.
뉴욕의 강의실에서 처음 느낀 문화 충격이란.... 영어를 못 알아 듣는 것도 아니고 내 의견을 이야기 못할 것도 아니지만 토론 수업에서 거의 한 학기 내내 입을 다물고 있는 나에 대한 좌절감과 열패감이 어마 어마 했다. 일년이 지나니 이제 쫌 분위기 파악이 되고 어떻게 내 의견을 어느 타이밍에 어떤 식으로 개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소히 말하는 쫄아 있는 상태는 이제 좀 지나간듯... 그렇다고 내가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이 붙었다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그냥 이제 주눅은 들지 않는 상태인거 같다.
처음 느낀 커뮤니케이션에서 문화 충격은, 미국 애들은 "왜캐 나대냐"라는 점이었다. 교수가 Reading Assignment을 내주면 수업 전에 읽고 수업 시간은 교수의 가이드 하에서 학생간 토론과 이후 reflective paper 제출을 통해 학습이 이뤄진다고 믿는 학교 문화 혹은 철학 때문인지. (이게 우리 학교만의 문화인지 미국 대학원 전역이 이런지는 잘 모르겠다) 교수가 가르키는게 뭔가 싶을 정도로 수업에서 배우는게 없었다. 한국의 교수가 강의하고 받아 적은 학습 문화에서 온 나로서는 학습의 정의란 교수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전수 받는 것이였다. 그래서 이러한 미국식 토론 수업은 등록금도 아깝고 배우는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첫 학기에 수업에 적응이 안되서 학교를 때려쳐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일년 정도 지나고 토론식 학습 문화에 익숙해지자 그 가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교육은 "개인의 생각의 형성"을 이론과 지식의 습득보다 중시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지식은 세상에 널려 있으니 알아서 선별해서 너가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너의 생각을 적용해 너만의 설을 풀고 타인에 너의 의견을 이해 시켜라"가 미국 교육의 목표인 것 같다. In other words, interpretation and application of theories and knowledge are more important than acquiring them. The goal of education is to help students to form individual views and encourage them to discuss and communicate their opinions and ideas with others for sharing.
"니가 개소리를 해도 그 개소리 안에 너만의 논리와 근거가 있으면 너는 그 이야기를 할 가치가 있다"가 미국인들의 기본 사고 방식인것 같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보면 딴소리, 개소리, 횡설수설, 바보같은 이야기 감정적인 이야기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데,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도 굳이 동의하지 않으면 넘어가고, 지지하면 맘껏 칭찬과 인정을 해주고 거기에 덫붙여서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절때 타인의 의견을 평가하지 않는다(속으로는 하겠지.. 지들도 인간이니까). 다만 들을 뿐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제일 많이 나오는 영어 표현이 Your views resonate with mine 혹은 On top of what he says 혹은 Adding on to what you said이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쌓아 나간다. 집단 토론을 통해 그 안에서 자신과 타인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고 같은지 확인해, 준거점을 삼고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전체가 미국식 학습의 정의인듯 하다.
처음엔 토론식 수업에 적응도 안되고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한국에서 교육받고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보면 입을 다물고 자기 의견을 들키지 않는 것이 제일 안전한 방법이라고 자연스럽게 내재화하지 않나.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튀면 정맞는다"가 한국 사람들의 mantra인듯 하다. 그렇게 개인의 의견을 거세시키는 한국식 cultural norm에 익숙한 내가 토론만 세 시간 주구 장창하는 수업에서 5명 그룹에 속해서 매번 이야기를 나눠야된다면 그 어색함과 당황스러움...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말을 안하고 가만 있으면 계속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팀원들... 나는 생각없다고 묻지 말라고 외치고 싶지만 바보같이 보이긴 싫고 조용한 아시아인 여자애라는 racial stereotype으로 비쳐지기 싫어서 분위기 파악 하면서 생각을 짜내 말을 해야 했다. 영어만 잘하면 문제 없지 않냐라고 하는데... 영어의 문제 일수도 있지만 진짜 닥치면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한국 사람치고 꽤나 자기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고 남들한테 평가 받았던 나였기에 미국 수업 시간에 나보다 훨씬 20대 중반 꼬꼬마들이 씨부렁 거리는데 (진짜 알맹이 없고 횡설 수설한 gibberish) 그들의 토론에서 치고 들어가는게 왜캐 어려운지.... 내 맘속에 한국 문화 안에서 살면서 코드화 되있던 나댐에 대한 저어감을 4개월간 수업 시간 내내 계속 직면하게 됐다. 웃기지만 진짜 입이 달삭 달삭 하는데, 40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적절하게 개진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내 생각이 틀리면 어떻하지? 내 영어가 틀리면 어떻하지? 내 의견이 다른 사람들 생각에 이상하거나 너무 한국적인거 아닌가? 미국 애들은 내가 한국에서 겪은 얘기에 관심없을 텐데 나 눈치없게 끼어드는 건가?'라는 두려움과 심리적이 취약함이 손을 들고 입을 열고 내 의견을 이야기 하는걸 주저하고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미국 학생들은 특히 인도와 유대계 학생들은 그 의견이 어떤 것이든 자신의 의견을 수업 시간에 공유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수업 시간 토론을 독점한다. 진짜 기가 질릴 정도로 말도 많이 하고 빨리 하고 가만 들어보면 별 이야기가 아닌데도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자신있게 말하더라. 반면에 중국계, 한국계 일본계의 침묵.... 그나마 중국 딸래미 들이 거침이 없고 똑똑한 편이긴 했다.
그렇게 4개월 한 학기를 보내고 보니 내 자신이 너무 싫고, 바보 같이 보이고, 배우는 건 없는것 같고, 시간과 돈은 아깝고, 주눅들고, 자신감 없고, 학교를 잘못 선택한거 같고....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 졌다. 그러다 이 학기가 지나고 세 번째 학기째인 지금 돌아 보면... 컨텐츠면에서 (나의 경험이라 경력이나), 머리도 내가 평균 미국인들보다는 훨씬 좋은거 같고... 공부하는 강도나 양도 미국애들이 절때 치열한 경쟁을 거친 한국애들을 이길 수 없고, 영어도 내가 인도애들보다 나은데 뭐가 두려울까 용기를 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에서의 나의 관점이 미국인들과 당영히 다를 수 밖에 없지만, 미국 문화는 다양성을 존중하므로 나의 의견도 받아들여지고, 나의 insight가 다른 학생에 비해 나의 working experience가 많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냥 근거 없는 자신감이 뚝딱 생기더라. (이 과정이 일년이 걸렸다)
그리고 주의를 돌아보니.. 아직도 수업 시간에 발언을 안하는 동양인은 소극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더라. 나도 그들 중에 하나지만 내 의견을 틀리던 맞든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니까 받아 들어지는거 같더라. 정말 미국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 내가 들인 시간과 등록금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교수와 동료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 더 얻어가는게 많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미국애들의 나댐을 100이라고 한다면, 한국 사람 중에 최고로 나대는 사람이 있어도 미국애들 60%도 못 쫒아 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문화적인 영향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동양에서는 조화가, 하모니가, 전체의 의견이 개개인의 소수 의견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무의식 의식적으로 평생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으로 유학오는 사람이 있다면 좀 나대라. 너무 나대는거 아닌가 하고 저어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당신이 나대도 미국에서 젤 못 나대는 애의 발끝도 못 조차 가니.